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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육아

5살에 말트인 언어발달지연 #1. 무슨 문제가 있는걸까

by HARUZZAM 2023. 11. 6.

 

 

현재는 정상 언어발달 중인 8살 아이가 어릴 적 언어발달지연을 겪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모든 언어발달지연의 아이가 저희 아이와 같지는 않겠지만 잠 못 이루고 언어발달지연에 대해 검색하며 마음 졸이는 엄마아빠에게 이런 사례도 있다는 것이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해요. 언제나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음..마~ 음마! 음~마!"

 

옹알이를 시작하며 '엄마'를 말하던 둘째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다른 아이들이 그러하듯, 첫째 아이가 그러했듯 '엄마'를 시작으로 말이 트일 거라 생각했다. 아니, 말을 하는 게 당연하니 그런 생각 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둘째는 40개월이 다 되도록 '엄마'말고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엄마' 이외의 모든 표현은 "우아"라고만 했다. 비행기를 봐도 "우아", 노루를 봐도 "우아", 아빠를 봐도 "우아"라고만 했다.

 

 

 

둘째의 세상은 '엄마'와 '우아' 뿐이었다.

 

 

말 못해도 다 알아듣는 순한 아기

 

둘째는 첫째에 비하면 발로 키웠단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순하디 순한 아기였다. 말은 한마디 하지 못해도 말귀는 다 알아들어서 '이런 말도 알아들으면서 왜 말은 안 하지?'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떼를 쓰더라도 천천히 차분하게 설명해 주면 울거나 다소 거친 반응 없이 잘 따라와 주었다. 흔한 잠투정도 없이 잘 자고, 밥도 스스로 잘 먹었다. 첫걸음은 15개월에 시작해서 늦된 편이었지만, 그 후 신체발달과 운동발달은 또래 중에 빠른 축에 속했다.

 

그런데 정말 딱! 말만 안했다. 못했다.

 

 

 

아이들마다 다 발달의 흐름이 있고 때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둘째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 건 두 돌 즈음이었다. 친정엄마는 전화통화를 할 때마다 둘째의 언어발달이 늦는 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며 걱정하셨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다그쳤다. 첫째가 두 돌 즈음에 멋쟁이 토마토 노래를 부르고 쫑알쫑알 쉴 새 없이 말하던 모습과 둘째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문제가 있긴 있다. 이렇게 기다리기만 해도 되는 걸까?' 내 안에도 걱정과 염려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매일 밤마다 언어발달, 언어치료 등과 관련된 인터넷 커뮤니티의 글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와 같은 아이의 사례가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언어발달지연 아이를 키우는 다른 부모들의 검사결과 글을 읽었다. 그런데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 마음은 끝을 알 수 없는 구덩이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아이가 말이 트이기 시작했다는 글을 찾았을 때 비로소 희망을 품고 잠에 들 수 있었다. 6살에 말이 트였다는 아이, 아무 말도 못 하다가 어느 날 문장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아이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럴 수만 있다면 부현이를 끝까지 기다려주고 싶었다. 내가 둘째의 언어발달 문제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면 둘째에게도 분명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했다. 내 스트레스로 인해 삐져나오는 조급함과 다그침이 둘째에게 도움이 될 리가 없다.

 

 

 

우리 아이는 듣는 중이다

 

남편에게 불안하다, 걱정된다 말했더니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둘째는 듣는 중이야. 들음이 충분하기 전에 말을 하기 시작하면 자기 말을 하느라 들을 수 없어. 들음이 충분히 발달하고 둘째의 때가 되었을 때 말을 하게 될 거야. 걱정하지 마."

 

이미 유창하게 대화를 나누는 또래 아이들에 비하면 말 한마디 못하지만 둘째는 그 아이들과는 다르게 말하지 않고 듣는 중이며, 듣는 데에 에너지를 더 쓰는 것이니 말은 트일 때가 되면 트일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정말 이 아이가 듣는 중인가? 둘째의 마음속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흐르는 중일까?

 

발달 전문가들은 둘째같이 언어발달이 늦는 아이들에게 언어치료를 추천한다. 그런데 지금 언어치료가 아이에게 맞을까? 둘째는 사람들과 천천히 친밀해지는 성향인 데다 낯선 사람이 말을 시키면 경계하고 아직은 어리기 때문에 1시간이라도 엄마와 떨어져 있는 것이 아이에게 되려 거부반응을 크게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이와 지내는 시간의 질을 높이고 언어자극을 더 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이 아이를 위해 더 나았다.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먼저 받아들이고 그 지점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일이 먼저였다. 일단 내 마음속 기다림의 기한을 36개월까지로 두기로 했다.

 

36개월까지는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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