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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과 여행

[충청미술관투어] 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 & 이응노미술관 주차 즐길거리팁

by HARU ZZAM 2023. 11. 7.

 

 

 

 

혼자 대전 트레이더스 월평점에 장을 보러 가려고 운전석에 앉았다. 그런데 혼자만의 시간인데 장만 보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미술관이 떠올랐다. 대전에 미술관이 있을까? 역시 있네. 네이버지도를 켜서 검색해보니 대전시립미술관이 나왔다. 시립이니까 미술관이 클까? 작품이 많이 있을까?

 

오랜만의 미술관 나들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대전시립미술관으로 향했다.

 

 

대전시립미술관 관람시간과 주차요금

대전시립미술관의 동계기간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3월부터 10월까지는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그리고 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오후 9시(동계 오후8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대전시립미술관은 대전의 둔산대공원에 위치해 있다. 둔산대공원은 대전예술의전당, 대전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대전엑스포시민광장이 있고 한밭수목원까지 연결된, 말 그대로 엄청 큰! 대공원이다.

 

주차는 네비게이션에 대전시립미술관을 검색해서 따라 가면 둔산대공원 주차장 4게이트를 안내해준다.

 

 

둔산대공원 주차장의 운영시간은 오전 8시부터 24시까지다.

 

주차요금은 3시간까지는 초과시 15분 기준 일반차량 600원, 버스 1800원이며 1일 주차권은 일반차량 1만2천원, 버스는 3만6천원이다.

 

 

 

대전시립미술관의 관람료는 유료이다. 어른은 500원, 어린이/청소년/군인은 300원, 노인/장애인/국가유공자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주차를 한 뒤 큰 건물이 보이는 쪽으로 걸었다. 가을하늘이 파랗고 햇살은 따사로운 날이었다. 주차장과 미술관 사이에 잔디밭이 있는데 그 잔디밭에는 실외전시 작품들이 있었다. 다른 공원은 잔디밭에 텐트를 못 치거나 지정된 장소 이외에 돗자리를 펴지 못하게 하는 곳이 많은데 이곳은 실외전시 작품 바로 옆에다 돗자리를 펴고 텐트를 칠 수 있었다. 그래서 텐트를 치고 캠핑 의자에 앉아 피크닉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도 내년 봄에는 저렇게 준비해와서 미술관 피크닉 해야지.

 

 

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

내가 갔을 때 대전시립미술관 본관은 다음 전시를 위해 공사중이었다. 그래서 어디로 가야하나 둘러보고 있는데 초록 파랑이 반짝이는 네모난 전시실 같은 것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열린수장고라소 쓰여 있었다. 대전시립미술관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갔었기 때문에 들어가도 되는건가 싶었다. 열린수장고라면 미술품을 보관도 하고 전시도 하는 그런 공간일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왼쪽에는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실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일단 계단으로 내려가보았다. 지하로 내려가는 길이 깜깜해서 더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센서등이 켜졌지만 사람 소리도 들리지 않고 지하는 깊었다. 그러다 계단을 다 내려와서 미술관 직원의 얼굴을 보고서야 안도감이 들었다. 미술관이 있긴 있었네.

 

 

 

열린수장고 관람은 무료였다. 규모가 큰 것은 아니었지만 작품에 집중하여 관람하기에는 더없이 좋았다. 

 

 

1전시실에서 내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던 작품이다. 작품에 빠져서 보느라고 작가의 이름도 알아오지 못한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작품 속 주인공의 연령을 정확하게는 알 수는 없지만 50-60대의 남녀가 벌거벗은 채 껴안고 있다.

 

남편과 내 모습 같았다. 남편과 나는 저렇게 안고 있을 때가 종종 있다. 우리가 더 나이가 들면 저런 모습이겠구나 싶다가 몸의 굴곡들을 보니 저 작품 속 주인공이나 현재 내 몸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깊이 동화되었다. 찡했고, 내가 남편과 안고 있는 것처럼 편안했다. 사실적으로 묘사된 작품을 가까이에서 뜯어보면서 감동했다. 이 작품을 그렇게 뚫어져라 보는 내가 남들 눈에 이상하게 보여질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뭐 그러면 어때!'하며 쿨한 척, 의식하지 않는 척했다. 그래도 난 이 작품을 보고 있는 나, 이 작품으로 인해 내 안에서 나오는 모든 감정과 느낌들이 좋았다.

 

 

2전시실에는 백남준 작가의 <프랙탈 거북선>이 있었다. 이 <프랙탈 거북선>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열린 수장고에 자리 잡게 되었는지 스토리들을 알 수 있는 공간이었다.

 

처음에 내가 도착했을 때는 비디오와 조명이 모두 다 꺼진 상태였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만 비디오와 조명을 켜주는데 보고 가고 싶다는 느낌이 들어서 30분을 기다렸다. 백남준 작가의 비디오 아트 작품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본 적이 있다. 로비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그 작품을 보게 되는데 그동안은 별 감흥이 없어 지나쳤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나는 <프랙탈 거북선>을 천천히 반복해서 둘러보았다. 무엇을 보길 원했고, 무엇을 보았는지는 모르겠다. 얼기설기 놓인 엔틱 가구들 속 브라운관 그 안의 영상들을 그냥 보았다.

보면서 첫째 단이가 계속 떠올랐다. 우리 단이가 앞으로 어떻게 자기 삶을 펼쳐내고, 단이에게 어떤 삶이 다가올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단이는 자기만의 길을 걸을 것이다. 자기의 감각을 따라, 자기의 길을 만들어갈 것이다. 나는 <프랙탈 거북선>에게서 그것을 보았다.

 

2전시실에는 <프랙탈 거북선> 말고도 <<딕테x러브포엠>>이란 작품이 있었다. 차학경 작가의 '딕테' 중 '에라토-연애시' 챕터를 읽고 영상으로 연출한 작품이었다. 내가 그 영상 작품 앞에 섰을 때 중년의 여성이 보였다. 그 여성이 운 것도 아니었는데 그녀의 목소리, 표정, 말투 모든 것이 다 슬펐다. 그래서 한참을 앉아서 작품을 보았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어떤 말로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내 가슴에 여전히 남아있는 여운, 그 감정이 있다.

 

 

미술관 옆 미술관, 이응노미술관

 

 

미술관 옆 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옆에 있는 이응노 미술관이다. 

 

 

 

여기에 또 내가 있었네. 작가의 이름이 '파랑'이다. 나와 같은 파랑은 우리 안에 있는, 내 안에 있는 늑대를 그렸다. 나는 원래 이런 시뻘겋고 공포스러운 그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때가 때인지, 내 안에 있는 늑대는 그림 속 늑대를 마주했다. '야, 너도 거기 있냐? 나 여기 있다.' 이런 느낌. 그 반가움 때문인지 내내 불타올랐던 명치가 조금 가라앉는 것 같으며 괜히 피식 웃음이 났다. 나 대신 그림 속 늑대가 시뻘겋게 찢어진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 같아서, 온몸이 시뻘건 가운데의 저 사람인지 무엇인지가 사실은 내가 분화된 것인 것 같아서 좋았다. '너만 그런 거 아니야.' 그건 큰 위로다.

미술관에서 해설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조금 듣다가 그만뒀다. 나는 해설을 듣는 것보다 이렇게 내 멋대로 미술과 만나는 것이 좋다.

 

다음에 미술관에 갈 때는 제품의 제목과 작가에 대해서 확실하게 적어와야겠다. 그게 내 삶에 큰 감동을 준 작가들에 대한 첫 번째 감사이자 예의의 표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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